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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딩 4학년때였던 것 같다.

아니다. 3학년때였나. 어쨌든 오래된 일이다.

선생님이 종이 한장을 돌리면서,

각자 자기가 제일 잘하는 것을 하나씩 적으라고 했다. 교지 만드는 데 넣겠다고.

(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 되어버렸네 ㅋㅋ 교지라는게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다. )

친구들의 다양한 장점들이 여과없이 쏟아져 나왔다.

자전거타기 축구 그림그리기 달리기 같은 것들에서부터

조용히하기 웃기기 흉내내기 같은 것들도 있었던 것 같다.^^ 

종이가 돌고 돌아서 내가 적을 차례가 왔는데,

그 때 난 정말 고민하고 고민하다가

'책읽기'라는...

잘하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어이없으면서도

다소 재수없는 범생스탈의 특기를 적어버렸던 기억이.





오늘. 지금 이순간. 갑자기 떠오른다.

난 그 때 정말 책읽기를 잘한다고 생각해서 적은 것이 아니었다.

그냥. 별로 적을 게 없었다.

남들보다 잘한다고 내세울만한 무언가가 없었다는걸

난 그 때 처음 느꼈다..

그리고 그 날 생각했던 것 같다.

나만의 특기를 만들어야겠다고.

남들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꼭 하나는 만들고 싶다고.

초딩 3학년의 어린 마음에,

그 날의 작은 사건은 마음속 잔잔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던 것 같다.





자기 소개서를 쓰거나 신상명세서를 쓸 때 빠지지 않는 항목

'특기'

종이 한 장을 통해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

내가 잘 하는 것을 알려주어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.

저렇게 표현하니 뭐, 별로 안 좋은 것 같지만.

분명 필요한 일이긴 하다. 안 그러면 영원히 모를테니까.


'책읽기' 이후로 14년이 지난 지금..^^

아직도 가끔식 '특기' 앞에서 주저하고 있는 내가 느껴질 때가 있다.

(자주 아니고 '가끔씩~'.ㅋㅋ )

요즘은 귀찮아서 그냥 전공분야를 특기로 적어버리곤 한다.


입시 위주로 획일화된

12년 초중고 교육의 영향이라는 핑계를 댈 수도 있겠지만,

또는 공부만을 원하는 엄격한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,


그저 핑계일 뿐이다.

그냥 14년 전의 그 날 이후로

잊어버리고 무관심했던 것 같다.


이제 와 돌아보니 좀. 아쉬움이 느껴진다.


이것이 나만의 문제인 것 같지만은 않다.

잘하는 것이라고 내세울만한 특기를 가진 사람.

대한민국에 과연 얼마나 될까.

내가 잘하는 것은. 무엇일까. ^^



Posted by blueye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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